ⅰ. 자기소개
저는 충북대학교 목재종이과학과에서 졸업을 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제지회사 취업하여 재직 중인 직장인입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도 있지만, 제가 막 대학 진학했을 때는 저를 이끌어줄 선배가 없어 아쉬웠던 기억이 있어 앞으로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친구들이 이 글을 읽고 앞으로의 진로를 잘 선택하고 계획하여 인생을 낭비하지 않길 바라며 몇 글자 적어봅니다.
이 글은 제가 전공한 학과 및 학문에 대한 간단한 소개, 왜 제가 목재종이과학과를 선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재학 중 높은 학점을 받아 전과, 복수전공, 편입 등으로 다른 학문을 공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제지공학을 선택하고 이 분야로 진로를 결정했는 지에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ⅱ. 목재종이과학과는 뭘 하는 곳인가요?
목재종이과학과은 임산공학과입니다. (제지공학과, 환경재료공학과와도 커리큘럼은 유사합니다.)
임산가공학은 산림학에서 파생된 학문입니다.
산림학과 : 산을 만들고 경영하는 것을 공부합니다.
임산가공학 : 그 산에서 나온 임산물을 인간이 유용히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문입니다.
임산가공학은 산림에서 생산된 임산물(목재, 펄프, 종이, 특용작물 등)을 물리적, 화학적으로 가공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학문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숲에서 나오는 천연의 원재를 통해서 가공되는 종이나 목재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연구 및 응용 사례
1. 나노셀룰로오스의 연구 (올리브영 마스크팩, 페인트 점도조절제 등 사용)
2. 복합목질재료(합판, 집성재 등) 및 접착제, 건조 과정 등의 연구
3. 목재 나이테를 통한 연대추정 및 문화재 보존
4. 전통 한지 연구 및 문화 보존
5. 제지산업 : 제지약품 첨가제 및 폐수처리 약품 연구
- 서울대 환경재료과학과
- 충남대 산림환경자원학과
- 국민대, 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전남대, 전북대 등 임산관련 학과들 (이름이 너무 다양 ㅠ.ㅠ)
위의 대학들과는 커리큘럼이 거의 일치하기도 하며, 4년 간을 공부하고 딸 수 있는 기사 자격증도 같고 또한 취업하는 곳도 거의 비슷합니다. 저희 학과 사이트는 정보가 거의 없어서, 더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타 대학의 학과 사이트를 찾아봐도 좋을 거 같습니다.




ⅲ. 향후 진로에 관해서
여러분들이 임산공학계열의 학과에 지원한다면 주로 목재 및 펄프에 대한 공부를 4년 간 하게 될 것입니다. 목재는 탄소로 이뤄진 자원이니 탄소 기반의 유기 화학과 그와 관련된 물리적, 화학적 지식을 학습하실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물론 펄프학, 제지공학, 화학가공학 말고도 접착학, 도장학, 절삭학, 연륜연대학, 목재보존학, 목재가구학 등을 공부하기도 합니다.
4년 간의 시간동안 여러분은 여러 과목을 배우게 될 것이고 4학년 때는 대학 커리큘럼을 잘 마치고 나면, 이공계 대학생이 보는 시험인 기사 시험을 보게 되실 것입니다. 기사시험은 4년 간 학교 커리큘럼을 잘 마쳤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험이니 대부분의 학부졸업예정자는 이 임산가공기사나 산림기사를 취득합니다. 물론 산림청 주관의 다른 기사 시험도 보실 수 있는 자격이 있고, 토목이나 환경 관련 기사 시험을 보실 수도 있습니다. 학과에서 뭘 배우는 지 대략적으로 알고 싶다면 이 두 시험의 기출문제를 찾아보셔도 좋은 참고가 되실 것입니다.
졸업 이후 진로는 매우 다양합니다. 선배님들은 제지회사, 문화재 수리 업체, 산림청, 임업 관련 공기업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조합, 국립수목원*정원관리원), 가구회사, 목재회사(마루 & 합성판재) 등으로도 진출합니다. 물론, 전공과 다른 업을 선택하셔서 가는 분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충남 부여의 한국전통대학교와 계속 교류하면서 문화재 관련 일을 하거나, 연대측정학을 전공해서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지를 전공하시고 보존 및 전통 제작 방법 연구하는 사람도 있으며, 목재를 먹는 해충인 흰개미 방제 연구자, 나노 기술이나 제지의 물리적 성징을 연구 및 집중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대학교에 진학한 다음부터는 모두 성인이니, 각자 원하는 분야로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아갈 수 있습니다.
참고로, 어느 대학이든 국립대 교수님들은 실력은 의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국립대는 물론이고, 이른바 '하위권' 대학의 교수님들도 국내 상위 1~2%의 인재이십니다. 한국처럼 인적 자원이 풍부한 나라에서 교수님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바보 같은 판단입니다. 중요한 것은, 나와 결이 맞는 분을 찾고 그분들의 지식을 얼마나 습득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성장과 진로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ⅳ. 목재 종이 과학과의 장점
깨끗한 나라, 대영포장, 모나리자, 무림 p&p, 삼성펄프, 선장산업, 아세아 제지, 수출포장, 신대양제, 신풍제지, 영풍제지, 이건산업, 태림포장, 페이퍼코리아, 한국제지, 한솔제지, 한창제지, 한솔 홈 데코, kr모터스, 삼악악기, 코아스, 퍼시즈, 현대리바트
상기의 회사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바로 증시에 상장된 목재 및 종이 테마 주식회사들 이름입니다. 결코 적은 수는 아닙니다. 제지 및 목재 회사들은 제조업의 기반 산업이라 대부분 중견 이상급 회사들이 대부분 입니다. 물론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의 초대형 대기업은 아니지만, 목재와 종이 역시 우리 생활과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 분야입니다.
그렇다면 이 산업에 진출하는 학생의 수는 얼마나 될까요? 제가 입학할 시기에 학과 신입생은 매년 18명 정도였습니다. 그 중 졸업하는 건 1년 10~12명 남짓입니다. 그리고 이 12명은 대부분이 서로 다른 진로를 향해 달려갑니다. 목재와 종이 분야에 매력을 느끼지 못해 다른 업을 찾으러 떠나거나 혹은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전국에 12명씩 10개 대학이면 매년 취업 시장에서 매년 120명(+이직 및 취준생)이 분야 중견기업 + 중소기업 + 공기업 '의자' 두고 경쟁을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타 전공에 비하면 준비를 잘해서 취업에 임한다면, 오히려 기회가 적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미래에 대한 진지한 준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신다면 어려우시겠지만요.
국가의 산업구조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옆나라 일본을 예로 들면 일본은 전통적으로 '히든챔피언'이라고 불리는 지역마다 특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강소, 중소기업이 많은 국가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기업 위주로 산업구조가 짜여져 있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대기업의 하청업체이기에, 새로운 공정이 도입되면 기존에 있던 업체와 기술은 빠르게 대체 및 사장됩니다.
이런 구조에서 현재 대한민국과 대기업에서 육성하려고 하는 산업과 인재들은 '소모품'이 될 위험이 큽니다. 물론 열심히 자신히 쌓은 학문과 노력이 운 대가 맞는다면 여러분은 많은 돈과 안정된 미래를 손에 쥐실 수 있겠지만 여러분이 공부하신 지식이 한순간에 사양산업 또는 사양기술이 될 가능성 또한 있습니다.
무한 경쟁 사회에선 어중간한 성적으로 오는 대학이 지방거점국립대입니다. 물론 전체 퍼센티지로 보면 지거국도 상위티어지만 (상위 15% 이내) 수많은 인재들이 매년 양성되고 있고, 또한 이제는 전 세계인들과 경쟁을 해야 하며, 매 순간 새로운 공정과 기술이 개발되는 현실에서 과연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붉은 여왕 이론(Red Queen’s Theory)’ 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개체의 발전속도는 경쟁의 속도를 추월할 수 없다는 이론으로 경쟁이 치열한 업계 일 수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도 여러분들이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뜻입니다.
그런면에서 임산공학은 다소 보수적이며,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된 분야입니다. 이제는 학계 및 산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거대한 기술 혁신이나 신발견은 드물기 때문에, 따라서 이 분야에서 종사하면서 '경지에 오르는 것'은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의 인생이 엄청난 성공으로 '한 방'을 기대할 수 는 없겠지만,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아 일할 수 있는 생존력이 크다는 것은 직업적으로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제지산업은 21세로 들어와서도 장치산업, 사양 산업, 사회 기반 산업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관련 기업의 재직자 평균 근속연수가 높은 이른바 '고인물' 사업입니다.
해외 유학을 가더라도 획기적인 신이론이 개발된다기보다는 연구장비에 발달로 기존의 기술을 효율적으로 리뉴얼하는 느낌이 많습니다. 또한 제지회사 같은 경우는 대규모 설비와 인력, 노동력을 요구하는 분야인데, 최근에는 조금씩 자동화되서 옛날처럼 많은 인원이 필요하진 않게 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대규모 공장이 필요한 고정적 산업군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예 : 유한 킴벌리같은 대형 회사도 수만평 부지에 정직원 200명 남짓)
결론적으로 임산공학은 거대한 부를 기대하는 분야라기보다는, 국가 기반 산업에 기여하는 기초학문에 가깝습니다. 국립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소수의 정원을 두고 체계적으로 인재를 길러내며, 그들이 취업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라고 생각됩니다.


ⅴ. 산림학과와 임산가공학의 차이점
생물학, 생태학적, 산림의 경영학을 위한 교육의 비중이 쏠려있는 커리큘럼을 가진 산림학과는 학문의 방향성이 다릅니다. 임산공학은 좀 더 공학적 성향을 더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국내에는 더 이상 녹화사업이 필요한 산림이 더 이상 없기 때문에 국내 산림학과의 전망이 밝지 않은 단점이 있는 거 같습니다. 현재는 해외에서 조림 사업을 하는나라에 기술 수출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녹화 기술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마 통일이 된 대한민국에는 그들의 기술과 학문적 성취가 미래세대를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의심치 않고 있습니다. 저도 같이 임업(나무를 공부하는 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써 그들을 응원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목재나 펄프를 가공하여 파는 임산 공학분야는 전망이 크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이전은 글로벌화로 전 세계의 물류량이 늘면서 포장용지(골판지, 백판지, 고급패키징)의 수요가 늘었고 코로나 이후에는 언택트 시장의 활성화로 내수에 국내 택배 이용량이 늘어나면서 포장용지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있으며, 대량 생산이 쉽고, 물성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조절 할 수 있는 재료이면서 쉽게 썩을 수 있는 친환경재료인 종이만이 가지는 장점은 시장에서 매우 매력적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천연 고분자가 뭘까요? 정답은 나무의 셀룰로오스입니다. 이걸 다루는 학문이 임산공학이며, 많다는 건 저렴하다는 것이고, 재료 값이 저렴하다는 것은 대량생산을 위한 규모경제에 절대적 유리합니다. 따라서 수출에 의존을 하는 국내경제에서 앞으로 기록매체로써의 종이(백상지)의 수요나 전자 결제의 발전으로 지폐 수요가 줄어간다고 해도 임산 공학 쪽의 수요 자체는 크게 나빠질 것이란 생각을 하진 않습니다. 또한 인간친화적 재료로서 목재와 종이는 그 특유의 매력이 존재한다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사람들이 비선호하는 사양산업이라 제가 처음 대학에 진학했을 때, 삐딱한 친구들이나 어른들은 종이접기(?)하려고 대학가냐면서 시 비웃었었지만, 절 그렇게 비웃던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빨리 우수한 기업에 들어갔고 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진학해서 경험한 임산공학은 확실한 남들이 비웃을만큼 만만한 학문도 아니며, 인생을 걸고 진지하게 임해볼 충분한 매력을 가진 학문과 산업임은 확실하기 때문에 전 이 분야에서 앞으로도 계속 도전을 해보려고 합니다.
ⅵ. 결론
다른 학문보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나름 알짜배기 학과이면서도, 따로 배우기 힘든 유니크한 전공인 임산공학의 매력에 이끌려 이 분야를 선택했습니다.
저도 기왕 시작한 길, 한 분야에서 어느 경지까지는 올라가고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 다양한 사회 및 실무 경험을 쌓고 점차 영역을 확장하며 실력을 쌓아올리면서 자신의 가치를 사회에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많은 이들과 다를 것 없는 흔한 학부 졸업생이고, 사회초년생이지만 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제가 소중히 하는 가치와 지식을 세상과 공유하고, 또 관련된 활동을 해나가면서 이 사회를 위한 기여를 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남들이 내 노력을 알아줄것이라는 딱히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본디 남의 노력을 저평가하는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하루 하루를 충만하게 채워나가며 살아나가다보면, 적어도 나 자신이 과거를 크게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인간한테는 매 순간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생깁니다. 숨던지, 도망가던지, 맞서 싸워 인생을 개척하던지 어떤 확정된 정답은 없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본인의 마음에 집중하며, 느리지만 천천히 확실히 정진할 수 있는 길을 걷다보면 우리들의 불완전이 약간이나마 완전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짐작할 뿐입니다.
곧게 자란 나무보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굽이 치는 소나무가 더 아름답고, 가치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잘못된 선택을 하고 돌아갈 수도, 잠시 쉬어갈 수도 있지만 계속 나아가면 우리의 인생도 굽이 치는 듯한 한 그루의 멋진 소나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의 선택을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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